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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일./책 영화/ review

연을 쫓는 아이(Kite Runner)

연을 쫓는 아이
















연을 쫓는 아이(Kite Runner)
- 할레드 호세이니 / 이미선 옮김


방학이 되면 읽으려고 한 책 중에 일 순위였던 만큼 가장 먼저 구입해서 읽었다. 우리 학회에서 지난 학기 캠페인 중 모셨던 강사님이 이슬람 문화권 국가에서의 생활을 잘 알려면 꼭 한 번 읽어 보는 것이 좋다고 추천해주셨기 때문이다. 아프간은 여러 가지 이유로 내가 직접 가기 어려운 곳이니만큼 책을 통해서라도 알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육백 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꺼운 소설 책을 이틀만에 읽어 내렸다. 이튿 날에는 엄마와 함께 영화 '크로싱'을 봤지만 불행히도 이 소설이 내게 너무 큰 임팩트였기 때문에 영화의 내용이나 장면은 거의 기억에 남지 않았다.


아프간 사회를 보여주는 이야기
아미르와 하산. 가장 가깝지만, 가장 멀었던 두 사람이다. 형제였지만, 도련님과 하인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는 아프간에서 그 어떤 것보다 인종이나 계급과 명예란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바바가 자신을 꼬옥 닯은 하산을 아들이라고 인정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또한 하산이 어떤 일에든 아미르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요" 하고 연을 쫓으러 뛰어가는 하산을 통해서 말이다.

뿐만 아니라, 작가는 아프간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독자에게 장면에 대한 색채적 후각적 묘사를 자세히 함으로써 아프간의 모습에 대한 상상을 이끌어 냈다. 그들이 무슨 음식을 먹는지, 어떤 집에 살고 있는지, 어떤 자연환경에 살고 있는지 등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어떤 전통을 가지고 있는지 아미르의 삶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결혼을 하기 위해서 어떤 절차를 밟는 것인지, 집에 찾아온 손님에게 어떤 대접을 하는지 등을 읽을 수 있다.


바바와 아미르, 그리고 작가에게 죄책감이 가지는 의미
아미르가 후반부에서 깨달았던 것처럼 바바는 하산을 아들로 거두지 못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평생 다른 사람에게 베풀면서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평생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고아들을 위한 고아원을 설립하는 등의 행동으로 숨겨진 잘못을 씻겨내려고 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미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바바는 도둑질이 가장 나쁜 죄라는 것을 아미르에게 가르치면서 자신의 죄를 씻어내고 싶었는지 모른다.

아미르 역시 하산에게 미안한 마음을 평생 안고 살아간다. 그 마음은 알게 모르게 늘 아미르의 삶과 함께 해왔다. 하산은 벌써 잊었을지도 모르는데도 오히려 아미르는 그 날을, 하산에게 했던 잘못들을 모두 잊지 못했다.
아세프에게 쇠장갑으로 피를 흘리며 맞으면서 아미르는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평생 지고 살아왔던 무거움이 하산의 아들을 위한 매질을 통해서 걷어진 것이다. 아미르가 하산의 아들 쇼랍을 찾아갈 때부터 모든 것이 사죄의 의미이다. 만일 아미르가 하산에 대한 죄책감을 평생지고 살지 않았더라면, 쇼랍을 구하러 갈 용기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죄책감이 때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적어도 양심은 가지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용서를 받는 것이 아니라, 그만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작가 자신도 아프간 모국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쇼랍을 찾으로 찾아갈 때, 아미르를 도와준  파리드가 했던 말이 작가에게는 평생 죄책감이었던 것 같다. 아프간 국민으로서의 아픔을 단 한번도 겪어보지 않았던 죄책감. 그 죄책감을 벗기 위해 이토록 아름다운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또한 그는 현재 난민국 NGO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잔인한 현실에 대한 나의 답답함
신은 왜 이렇게 선한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주는지, 신이 있다면 왜 이런 사람들을 이렇게 남겨두는지.
도무지 나의 머리로는 알 수 없다.

신은 지금 내 눈을 통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걸까. 나를 통해서 기도하기를 원하고 있는걸까. 나의 마음을 통해서 찢어지도록 아파하는 걸까. 그래도 답답한 것은 매 한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