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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일./책 영화/ review

하녀(2010), 시대착오적 소재로 시대상을 조명하다 는 시대착오적인 소재를 끌어와 이 시대상을 조명하려 한다. 요즘 은이(전도연 역)나 병식(윤여정 역)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누구도 이들에게 '하녀'라는 호칭을 붙이지는 않는다. 영화 속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아줌마'로 불린다. 가끔 기분 좋을 땐 '여사'라는 호칭을 붙여주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제목이 우리에게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그 이유를 영화는 두 가지 면에서 보여주고 있다. 우리 모두는 보이지 않는 계급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훈(이정재 역)과 해라(서우 역)는 평소에 놀라울 정도로 하녀를 하녀 대하듯 하지 않는다. 애봐주는 사람, 밥해주는 '중요한 사람'으로 존중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친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 더보기
Balance (1989) Balance 감독 Christoph Lauenstein (독일) http://www.viddler.com/explore/Ms_Valerie/videos/229/ 회색 구름이 가득 낀 공중은 매섭도록 차가워 보인다. 그 위에 서있는 다섯 명의 사람은 두꺼운 코트를 입고 있다. 공중에 떠있는 철판에서도 냉기가 느껴진다. 한정된 재화에 대한 인간들의 욕심이 만들어낸 냉담한 비극을 7분 속에 담아둔 애니메이션 영화다. 누군가로부터 획득된 재화를 공유하기 보다는, 개인이 소유하기 위해 경쟁하다가 누구도 소유하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 뿐만 아니라 고독마저 야기한다. 영화에서 균형이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매커니즘이다. 외부로부터 습득된 지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자연스럽게 몸에 베인 원리이다. 한 사람이 움직.. 더보기
우리들의 어린 영웅 <판의 미로>와 <나는, 인어공주> 판의 미로(El Laberinto del Fauno Pan's Labyrinth), 2006 나는, 인어공주(Rusalka), 2007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 안나 멜리키안 감독 어렸을 적에는 산타할아버지라는 존재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산타할아버지는 어른들이 지어낸 가상인물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다. 처음에는 자신의 세계 속에 당연히 자리 잡고 있던 것이 사라지는 것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내전이 아직 끝나지 않아 정규군과 게릴라군의 살벌한 대치 속에서도 동화를 즐겨 읽는, 의 오펠리아와 바다에서 아빠가 돌아올 것만을 기다리다 아빠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끝내 입을 꼭 다물고 도시로 떠나버린 의 알리사는 이런 점에서 닮아있다. 두 영화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라가 .. 더보기
오마이뉴스 대표 오연호 기자와의 만남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로고 옆에 늘 따라붙는 캐치 프레이즈다. 보통 기자가 되려면 '정자가 난자 만나는 것보다 어렵다'고 표현할만큼 어려운 문턱을 통과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이 짧은 문구가 누군가의 가슴에는 두근거림을 안겨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쉽게 믿겨지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길 법하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오마이뉴스라는 인터넷 신문을 통해 실제로 그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꿈이다. 이렇게 세상을 바꿔가고 있는 현장에 기독청년아카데미 글쓰기 수업 수강생들과 지난 13일 월요일에 방문을 했다. 우선 직접 만난 오연호 기자는 어조가 느렸다. 처음에는 일부로 그러나 싶을 정도로 느리다고 생각했는데, 강의를 마치기로 했던 시각이 넘어가는데도 여전히 느린 어조를 유지했다... 더보기
크래쉬(crash), 2004 크래쉬(Crash), 2004, 폴 해기스 감독 처음 몇 분간은 너무 다양한 등장 인물들 덕분에 관계도를 그리면서 보고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내 그 많은 등장 인물과 그들간의 관계를 파악하게 된다. 캐릭터가 많은 덕에 그들 한 명 한 명 심층적으로 그리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지만,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혹은 충분히 이해가능한 캐릭터들이기에 어지러운 구도에도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옴니버스 식으로 진행되는 갈등구조는 현실에서도 그러하듯 엮이고 엮여 결국에는 한 청년의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고, 영화에서는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이 된다. 백인과 흑인의 갈등을 주된 요소로 나타냈지만, 이란인과 아시아인, 남미인(멕시칸) 까지 등장시키면서 보다 미국사회에서 더 복잡해지고 있는 인종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