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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대표 오연호 기자와의 만남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로고 옆에 늘 따라붙는 캐치 프레이즈다. 보통 기자가 되려면 '정자가 난자 만나는 것보다 어렵다'고 표현할만큼 어려운 문턱을 통과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이 짧은 문구가 누군가의 가슴에는 두근거림을 안겨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쉽게 믿겨지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길 법하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오마이뉴스라는 인터넷 신문을 통해 실제로 그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꿈이다. 이렇게 세상을 바꿔가고 있는 현장에 기독청년아카데미 글쓰기 수업 수강생들과 지난 13일 월요일에 방문을 했다.

우선 직접 만난 오연호 기자는 어조가 느렸다. 처음에는 일부로 그러나 싶을 정도로 느리다고 생각했는데, 강의를 마치기로 했던 시각이 넘어가는데도 여전히 느린 어조를 유지했다. 기자하면 떠올리게 되는 분주함, 민첩성 보다는 여유로움이나 부드러움이 오연호 대표기자의 말투에서 베어나왔다. 질의응답 시간에 처음으로 나왔던 질문이 인터뷰 노하우에 대한 것이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그와의 인터뷰를 응했던, 거기다 더 붙잡아 두면서까지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 그의 대답은 '애정과 공부'였다. 그는 취재를 '연애'에 비유하며 "관심있는 대상에게 애정이 담긴 눈빛을 주면, 상대방도 자신을 진정 탐험하고 싶어하는 것을 느끼고 서로 통하는 인터뷰가 가능하다"며 테크닉보다는 진정성을 가져야 함을 강조했다.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와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에서 만난 오연호 기자

오연호 기자를 특별 취재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한 사람의 강의를 듣는 것에 앞서 나는 비록 애정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그가 지은 책 두 권을 통해 그를 공부를 했다.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에서는 그가 오마이뉴스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신문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리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자신의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그가 처음 기존 미디어와 차별화되는 인터넷 신문을 시작할 때, 언론의 판도를 8:2(보수:진보)로 측정하고 5:5를 목표로 그 때부터 지금까지 나아가고 있는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의 가치들을 하나둘씩 이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란 캐치 프레이즈에 맞게 그의 책 사이 사이에서도 시민기자의 글을 짧막하게나마 만나볼 수 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관을 가까운 위치에서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노무현이 말하는 진정한 지도자는, 그가 존경했던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처럼 역사적 안목이 높아야 하고 그 안목에 따라 갖게 된 가치관을 위해서는 현재의 인기를 포기하고 역사의 평가만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노무현은 퇴임 이전이나 이후에도 역사적 안목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진정한 민주사회를 구현시키기 위해 모든 국민의 반대를 무릎쓴 행동들을 해왔다. 오연호 대표 기자는 우리는 노무현을 뒤이어 노무현을 공부해서 그것을 행동까지 옮길 것을 독자들에게 촉구한다.

이 두 권의 책은 전혀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글쓴이가 똑같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행동'이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거창한 가치관은 그의 기자생활 2년만에 생긴 것이다. 그는 이에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나는 '당당합시다'이고 다른 하나는 '겸손합시다'이다. 언뜻 보기에는 그 둘이 서로 모순적이라 이해가 잘 안된다. 하지만 그의 뒤이은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당당합시다'가 의미하는 것은 내가 비록 작은 매체일지라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기자로서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고, '겸손합시다'는 내가 본 것이 주관적 관점일 가능성을 닫아두지 말자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말로만 들어도 버거운 과제를 그는 인터넷 신문으로 거침없이 헤쳐나간다. 누구나 다 가슴 한 켠에 크고 작은 이상향을 지니고 살아가지만, 현실로 끄집어 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시작했고, 그리고 해냈다.

사장 오연호와 기자 오연호

'오연호'하면, 기자라는 것이 먼저 떠오르지 그가 사장이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없다. 아마 처음 4명이서 시작할 때야 따로 사장이라 할 것 없이 기자로 뛰었던 기억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공무원이나 학자가 될 수는 있겠다 생각했지만, 사장은 전혀 생각치 못한 일"이라고 했다. 사장으로서 거시적으로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하는 것이 아무래도 글 쓰는 일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강의 중에도 최근 게재한 10만인 클럽에 대해 몇 차례 언급을 하는 것이 회사 수익 구조에 대한 고민이 많아보였다. 오마이뉴스가 수익구조에 있어서 지난 10년동안 기성의 방법인 광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노 전대통령이 자신을 비유했던 '신시대 첫차, 구시대 막차'라는 표현을 빌어, 10만인 클럽을 통해 청소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오마이뉴스가 오마이TV나 생중계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려는데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 돈문제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래도 최근 노 전대통령 서거 이후 2개월 간, 단행본 출판을 위해 글을 많이 썼다고 한다. 그야말로 사장이란 이름에서 잠시 벗어나, 기자 오연호로 지낸 시간일 것이다. 그는 이 시간을 통해 "글 쓰는 것의 즐거움과 글 쓰는 것의 어려움을 동시에 느꼈다"고 했다. 책을 펴내는 과정이 인터넷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힘들었지만, 회사 경영 걱정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모처럼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 시간이 편한 시간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죄"의 표현으로 책을 펴내기로 결심한만큼 괴로운 시간이기도 했을 것이다. 결국 그의 편함과 괴로움의 결실은 그의 책을 현재 정치분야 1위로 만들었다. 

한편, 오연호 기자는 그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과정이 신기하다고 했다. "조중동은 물론,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제외하고는 종이신문에서 다루지 않았는데 yes24, 인터파크, 알라딘 등 인터넷 매체를 통해 베스트 셀러가 됐으며, 독자들도 주로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는 행태를 볼 수 있었다"고 하면서 인터넷의 힘을 역설했다. 기존의 방식대로라면 잘 팔리기 위해서는 대형서점에 부탁을 해야 하지만, 구시대적 영업은 전혀 하지 않은 점을 통해 언론의 판도가 점점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낙관했다. 글을 쓰며 즐거워하고 변화해 가는 언론 행태에 기뻐하는 그는 영락없는 기자이다.

그가 이 시대 청년들에게 바라는 점

강의가 막바지가 이르자 오연호 기자는 학생들에게 세 가지를 부탁했다. 첫째는, 부족한대로 동지가 되자는 것이었다. 다원화되는 사회에서 한 방향만 있어서는 안되고 서로 역할분담을 함으로써 더 좋은 선택을 하자는 것이다. 둘째는 공부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열심히 사는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는 '글쓰기 수업 학생들'로서 그에게 그 무엇보다도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느냐는 것을 묻기 위해 그를 찾았던 것인데 과연 그 답을 얻었을까. 오연호 기자는 이 질문에 방법론적인 해답이 아닌 글 쓰는이의 자세로써 해결책을 제시했다. 강의 첫머리에서 "좋은 글을 쓰려면, 가슴이 뛰어야 한다"고 시작했다. 이는 글을 쓰는 게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임을 처음부터 쐐기를 박으려 했던 것이다. 글을 쓰는 기자이기 이전에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이기에 가능한 충고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