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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일./책 영화/ review

침묵


침묵, 엔도슈사쿠


침묵
 
- 엔도 슈사쿠 / 공문혜 역


하나님의 침묵에 대한 엔도 슈사쿠의 대표작이란 소개글만 읽고, 그동안 묵은 체증이 내려가기를 기대하며 뽑아든 책이다.

왜 선한 사람들에게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일까? 왜 하나님은 그것에 대해 관심도 없는듯 침묵만 지키고 있으실까? 란 나의 오래된 궁금증, 약한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서 말이다. 나쁜 일이란 건, 우리에게 흔히 생기는 일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 아이들은 왜 그렇게 굶어 죽어가야만 할까? 왜 하나님은 그들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을까? 와 같은 문제다.

불행히도 이 책은 이런 내 기대와는 달리, 순교에 대한 고찰과 하나님의 침묵에 가까웠다. 주인공은 일본에 선교하러 배타고 들어가, 제대로 사역을 하지도 못한 채 붙잡혀 고문을 받으면서 성찰한 결과, 배교를 결심하게 된다. 끊임없이 하나님의 침묵에 반문하면서. 주인공이 일본에 들어가기 전, 그는 그가 존경하던 스승이 일본에서 배교했다는 소문을 듣고 실망을 했지만, 그가 같은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음을 깨닫게 되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간다.

하나님의 침묵의 시간에는 늘 답답하기 마련이다. 특히 하나님의 길을 걷겠노라 다짐한 후에도 여전히 침묵을 지키시는 하나님 앞에서 눈물만 터진다. 하지만 영화 <에반 올마이티>에서 나왔듯 내가 하나님에게 용기를 달라고 한다고 해서, 내게 '옛다, 용기 받아라.'고 주시는 것이 아니다. 내가 용기를 얻을 기회를 주시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침묵은, 응답을 하지 않음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 통째로 하나님의 응답이 아닐까. 

비록 내 가려운 곳을 긁어주진 못했지만, 사순절 동안 이 책을 읽었다는 것 또한 특별한 메세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긁어줄만한 새로운 책을 찾았다. 헤롤드 쿠쉬너의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들이 일어날 때>. 물론, 욥의 경우처럼 완전히 시원하게 긁어주진 못하겠지만, 답을 찾아가는 하나의 과정은 되길.)
곧 이 소설도 영화 제작에 들어간다는데 한 번 기대해본다.